(사)한국행정법학회 제8대 김광수 학회장 신년 취임사
작성자
관리자작성일자
2025-01-01 16:46조회수
64
1. 신년 취임인사
존경하는 행정법학회 여러 회원님들, 김철용 이사장님 그리고 법정이사님들과 임원님들 안녕하십니까? 새해부터 한국행정법학회 제8대 회장으로 복무할 김광수입니다. 저는 1990년 순천향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1995년 명지대학교 그리고 2007년부터 서강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행정법 교육과 연구에 임해왔습니다. 최송화 초대회장님께서 행정법학회를 조직하셨을 때 저는 재무이사를 맡아서 회무를 도와드렸고 이경운 전회장님 연간에는 총무이사로 미력을 더했습니다. 역대 회장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신년 인사말씀을 올립니다.
2. 행정법학회 활동계획
저는 학회활동의 기본방향을 생각, 연결 그리고 공유로 정하고자 합니다. 주지하듯이 사회는 날로 변화와 발전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연결입니다. 회원간의 유대를 최우선 임무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공법학회, 행정법이론실무학회, 토지공법학회, 지방자치법학회, 환경법학회, 행정판례연구회, 토지보상법학회, 헌법학회, 유럽헌법학회, 국가법학회, 비교공법학회 등과도 긴밀히 연결하고 소통하겠습니다. 그리고 공유입니다. 개인 회원들의 연구를 학회행사, 학술지 발간 그리고 인터넷등을 통하여 확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학회조직의 기조
학회는 모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원로와 신인, 시니어와 주니어들이 어울릴 수 있는 포맷을 만들겠습니다. 수도권 대학 및 연구기관과 지방의 대학 및 연구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 행정법학의 발전과 향후의 과제
저 나름대로의 행정법의 발전 경로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한국 행정법이 성인(聖人)의 시대, 군자(君子)의 시대 그리고 시민(市民)의 시대를 거쳐왔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의 시대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소수의 행정법 수퍼스타가 저서를 내고 행정법을 가르쳤습니다. 군자의 시대에는 각기 자신의 영토에서 연구단을 만들고 학풍을 조성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저서와 논문이 비약적으로 풍부해졌습니다. 현 시민의 시대에는 행정법 안에서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었고 다양한 학회 활동과 연구를 통하여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모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습니다. 총론은 정치해지고 각론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전자정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료 접근이 쉬워졌고 SNS를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언제든지 사회에 전파할 수 있습니다.
시민 행정법 시대를 넘어서 제가 눈을 돌리고 있는 방향은 「사물(事物)의 시대」입니다. 올해 발간된 「행정법학」 제27호에는 정남철 회원님이 Eberhard Schmidt-Aßmann의 Verwaltungsdogmatik in der Entwicklung, 2023의 서평을 쓰셨습니다. 이미 『행정법의 기초』(Grundlage des Verwaltungrecht)라는 책이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슈미트 아스만의 위 저서 초판인 『행정법 도그마틱』은 김현준 회원의 역서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소위 신행정법학은 종래의 법실증주의적 방법을 극복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개별 규율 사이에 필요한 법적 연결고리로 개별적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쿨레 교수는 ①해석학에서 행위학으로, ②계층적이고 통일적인 사고에서 학제적 연구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경향은 타학문 분야에서 이미 행동주의 경제학으로 나타난 바 있고, 질 들뢰즈의 수목형 체제로부터 리좀적 체계라는 새로운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독일의 최신 논의는 우리 행정법의 발전 방향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고 이를 통하여 우리는 좁은 법해석학으로부터 실용적이고 동태적인 행정법의 방향성을 예비할 수 있습니다. 선진 외국의 행정법을 고찰하여 우리의 자양분으로 삼는 일은 아직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종래의 형이상학은 이제 컴퓨터 기술과 뇌과학의 진전으로 그 근거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법학이 의존하고 있던 이성에 의한 합리적 결정과 해석의 근거가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칸트의 선험적 비판철학, 하이데거, 베르그송, 니체의 형이상학이 이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차이의 철학자인 들뢰즈마저 상관주의의 유습에 젖어 있다고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신경과학자인 처칠랜드로부터 진화론자인 대니얼 대닛, 신실재론자인 라투어와 하먼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퀑탱 메이야수의 수학적 존재론 등은 인간 이성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부인하면서 인간 오성의 바깥에 있는 사물의 독자적인 존재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행정법적인 담론으로 들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행정기본법 제20조는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한 처분’의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처분을 받아도 그 처분을 하는 공무원은 없으며, 자동차는 달리고 있는데 그 안에 운전자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됩니다. 이때의 행정조직법, 도로교통법 그리고 국가배상법의 도그마틱에 관해서는 이제 참고할 외국의 기성 이론도, 판례도, 교과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는 온전히 새로운 영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에 대한 독자적인 행위자로서의 자격 승인, 인간이 행위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권리와 의무의 형성과 변동이라는 새로운 환경 앞에 행정법은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행정법 환경 아래서는 새로운 행정법 도그마틱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제까지 선학들이 쌓아 올린 값진 행정법의 성채 곁에 새로운 건축물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우리 행정법학자는 전통적인 행정법이론의 연찬, 외국 선진 행정법학의 발전에 조응, 그리고 새로운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행정법 이론의 개발이라는 삼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말하고 쓰고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해진 때입니다. 그런 논의의 중심에 행정법학회가 기쁘게 서도록 하겠습니다.
5. 마무리 인사
앞으로 행정법학회 회원 여러분들의 절대적인 성원과 협력을 기대합니다. 직전 김용섭 회장님과 집행이사님들 그리고 간사님들의 헌신과 탁월하신 성과에 감사말씀을 다시 올리며 이로써 인사말씀을 마치겠습니다. 회원님들 모두 새해 건승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1일
한국행정법학회 제8대 회장
서강대학교 김광수 교수 올림
이전글이 없습니다.